킹콩을 들다




큰녀석 생일...
대한민국 수험생 누구나가 한번은 거쳐야할 고3의 열병을 이녀석도 꽤 앓고 있는모양이다.
애비라고 힘이되어주지도 못하고 그저 지켜보는게 고작인 현실이 무척이나 미안스럽다.
머리도 식힐겸 느즈막한 저녁에 가족 나들이를 나섯다.
외식도 하고, 영화도 보고 그냥 오늘 하루쯤 아무생각없이 즐겨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면서..
주말 저녁에 찾은 멀티 플랙스 영화관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트랜스 포머"로 상영관의 50%이상이
점유된 상태라 관객의 입장에서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선택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욕이 나온다.
만석을 알리는 트랜스포머 상영관에 떠밀려 상대적으로 한산한 한국영화 한편이
눈에 들어왔다.
"킹콩을 들다"
제목도 웃기고, 주연도 정상급 배우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김범수/조안(앤 또 누구?)
큰 기대없이 떼 밀리듯 선택한 이 영화에 마음이 물렁 해 질줄은 이때까진 몰랐다.
때는 88올림픽..
역도 유망주인 이지봉 선수..
마지막 금매달을 다투는 승부처에서 팔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으며 동메달에 그치고 만다.
부상 치료차 들른 병원에서 부러진 팔이 문제가 아니라 언제 멈출지 모르는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역도 밖에 없던 그의 인생에서 역도를 지워야 했다.
은퇴후,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던 그에게 시골중학교 역도부 코치직이 제안되고
본인 만큼이나 암울한 현실을 사는 학생들을 제자로 거두게 되나,
역도에 대한 회한으로 가득찬 지봉은 역도 지도에는 관심도 없다.
어떨결에 전국대회에 출전한 오합지졸 역도부는 망신을 당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힘든 역도의 길로 접어든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들의 힘겨운 자기극복 과정이 눈물겹게 마음을 때리고
영화 말미에 슬픔을 딛고 다시한번 역기를 들어올리는 영자(조안)의 포효속에
가슴 찡함을 느끼게 된다.
옆 좌석에서 흐느끼는 딸아이와 집사람을 보며 얼떨결에 선택한 영화지만
정말 멋진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화의 주인공 故정인영 선생
"선상님! 선상님은 우째서 항상 주머니에 손을 고로코롬 넣고 다니신다요?"
"손?"... 아... 그게 내 손한테 미안해서 그래"